영화 ‘다음 소희’ 아시나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싶었으나 보고 싶지 않기도 했습니다. 저는 퇴근길에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고 '다음 소희'의 시놉을 알고 있던 저는 그래서 이 영화가 보고 싶지만 자꾸 미뤄 두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재생하는 순간, 저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다음 소희, 줄거리,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뭐 볼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다음에 볼 영화로 ‘다음 소희’ 추천해드립니다.
다음 소희는 이런 영화입니다.
연출 : 정주리( 데뷔작 : 도희야)
출연 : 배두나, 김시은 등
러닝타임 / 제작년도 : 138분 / 2022년작
OTT : 넷플릭스
다음 소희, 줄거리
소희(김시은)는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와 술집에 갔을 때, 술집에서 1인 방송하던 친구를 비아냥 거리던 남자들을 보고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하는 ‘당당한’ 여고생입니다.
소희는 특성화고 졸업반 학생으로 현장 실습에 나가야 합니다. 대기업을 물어 왔다며 생색내는 담임(허정도), 전공인 애견 미용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통신사 콜센터로 실습을 나갑니다. 대기업의 하청의 하청의 하청인 곳이지만 ‘대기업’ 물이 묻긴 묻은 곳입니다.
당차고 씩씩한 소희는 잘 하라는 격려 속에 출근을 합니다. 하지만 소희가 마주한 사회의 민낯은 여고생의 ‘당참’으로 이겨내기 힘든 곳입니다. 매일 일정한 ‘콜’을 채워야 하는 것은 물론,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을 구슬려 계약을 유지하거나 갱신 내지는 새로운 판매로 이어져야 ‘실적’이 됩니다. 개인의 실적은 모여 팀의 실적이 되고 팀장(심희섭), 센터장(박윤희), 본사는 팀당 실적 경쟁으로 이들을 압박합니다.
소희는 콜센터 현장 실습을 나간 뒤로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소희는 소희답게 적응해서 열심히 해내기도 하지만, 아이가 죽은 남자의 해지 연락을 받으면서도 습관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고, 계약 갱신을 유도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고객들의 폭언, 성희롱에 소희는 폭발하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콜을 채우며 지친 소희는 누군가에게 위로 받거나 자신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담임 선생님은 취업률이라는 숫자에만 관심있고 소희의 마음이니 현장실습의 '현장'에는 무심합니다. 소희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희 친구 쭈니(정회린)도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를 자퇴하고 BJ를 하고 있는 쭈니도, 소희의 푸념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서로 상처를 줍니다. 소희의 썸남 태준(강현오)도 실습 나간 공장에서 적응하느라 소희와 연락도 잘 되지 않습니다.
소희는 점점 자신의 말을 잃어갑니다. 그러다가 소희와 같은 실습생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던 세이브 팀장이 콜센터 내부의 부조리를 세상에 알리며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팀장에 죽음은 소희의 삶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킵니다.
사건을 덮으려는 회사는 직원들의 입단속만 시킬 뿐입니다. 팀장이 목숨과 바꾸며 폭로한 회사의 실체는 그대로 묻힙니다. 남은 자들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소희는 일에 매진하여 팀내 실적 1위를 달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희가 그 달에 받은 돈은 소희의 계산과 달랐습니다. 팀원 중에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했지만 단지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회사는 인센티브 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미룹니다.
이후 소희는 일과 삶에서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 이후로는 고객의 해지 요구를 ‘친절히’ 응대하여 해지를 해줍니다. 새로운 팀장(최희진)은 상품 판매를 하지 않은 소희를 질타하고 소희는 참지 못하고 들이 받습니다. 그 일로 징계를 받은 소희, 그러나 담임은 취업률 걱정뿐 소희의 마음은 관심 없습니다.
징계 기간 소희는 쭈니와 술을 마시고 집에 가다가 자신의 손목을 긋는 자해를 합니다. 소희는 더 견디기 힘들다는 위험 신호를 온 몸으로 보낸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 신호도 놓치고 맙니다.
징계가 끝나고 다시 출근을 앞둔 휴일, 소희는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마지막날 소희는 친구들도 만나고 학교도 가고 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마지막 위로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소희가 극단적인 선택 이후, 유진(배두나)은 이 변사 사건을 맡으며 일선에 복귀합니다. 정황상 자살임이 분명한 사건 몇 가지 절차만 밟으면 간단하게 종료될 일입니다. 그러나 유진은 소희의 당일 행적 및 최근 근무지 등에서 조사를 하다가 ‘소희’가 왜 죽게 되었는가에 관심이 생깁니다. 상급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소희를 죽음으로 몰아간 현실을 파고 듭니다.
소희가 살아 있을 때 간절히 외쳤던 울분을, 죽은 뒤에 유진이 들어줍니다. 유진의 조사가 거듭될 수록 소희를 둘러싼 세상의 부조리는 뻔뻔한 얼굴을 드러냅니다. 모두 자신들에겐 직접 책임이 없다는 태도, 실적, 숫자로 평가 받는 현실에서 ‘소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태준에게서 쭈니에게서 ‘다음’ 소희를 만나는 것은 나쁜 상상만은 아닐 현재 진행형의 현실입니다.
다음 소희, 끝나지 않은 비극
이 영화는 2017년 전주에서 있었던 콜센터에 실습 나간지 3개월 만에 목숨을 끊은 여고생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지면서도 눈을 떼지 못한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도 있지만 이와 같은 일이 오늘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콜센터 사건 이후에도 제주도 생수 공장, 여수 요트 공장 그리고 곳곳으로 현장실습 중에 소모품 대우를 받다가 망가지고 끝내 목숨까지 잃은 아이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아이들이 ‘우리’와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다음 소희’는 바로 그 부분을 관객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소희’와 ‘유진’ 은 춤 연습실에서 한 번 스쳐지나간 적 있습니다. 그래서 유진은 더 소희의 죽음을 파고드는 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어른이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마땅히 해야할 일들을 했다면 '소희'의 죽음은 없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몰랐다'는 어른들의 말이 더 아프게 들립니다.
수사를 하면서 ‘유진’이 바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고 ‘사회’는 ‘현장실습생’을 잘 가르치고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 그러나 유진이 마주하는 사회를 지배하는 논리는 ‘숫자’로 치환되는 ‘실적’이지 ‘인간’은 아닙니다. 그런 사회의 민낯 앞에 ‘유진’의 외침은 그 처절한 만큼 무력해 보이기도 합니다. '숫자'의 세상은 반성 없이 '견고함'을 유지할 뿐입니다.
하지만 ‘유진’ 의 이런 외침 마저 없다면 이 영화의 제목 ‘다음 소희’는 건조하고 당연하게 다음 ‘죽음’을 부르는 섬뜩한 목소리처럼 들렸을 것입니다. 유진의 몸부림과 공감이 있기에 '죽은 소희'를 뒤늦게나마 위로하고 이 영화 제목 ‘다음 소희’를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절규’ 혹은 경고로 들리게 만듭니다.
작품성을 인정 받은 다음 소희, 영화적 재미도 있다.
이 영화는 정주리 감독의 전작 '도희야'에 이어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습니다.(비평가 주간 폐막작) 그리고 현지 상영 후 관객 반응이나 평단에서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은 것은 물론입니다.
비단 이런 결과가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영화적 재미가 분명합니다. 전반부 소희의 이야기를 통해 인물이 처한 고된 현실을 묵묵히 드러내고 소희 죽음 이후 유진의 수사 과정에서는 사건을 둘러싼 사회의 민낯을 파헤칩니다. 미스터리가 없을 사건에서 이면의 미스터리를 궁금하게 하고 결론이 알려진 실화에서도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잘 짜여진 각본과 영리한 연출 덕분일 것입니다. 이런 면이 이 영화를 단순한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외침 정도가 아닌 영화적 완성도 함께 갖춘 '재밌는' 영화로 감상할 수 있게 합니다.
오늘 넷플릭스 뭐 볼까 고민되시는 분들은 '다음 소희' 한 번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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