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분장상을 비롯하여 각종 영화제에서 연기상 등을 휩쓴 영화 '더 웨일'을 아십니까? '더 웨일'은 '미이라'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훈남 '브랜든 프레이저'의 놀라운 연기로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싶어도 상영하는 극장이 적거나 없어서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각종 0TT나 IPTV에서 유료로 공개되어 원하신다면 집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영화 '더 웨일' 과연 소문대로 볼만한지 볼만한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웨일' 이 영화 볼까
1. 더 웨일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2. 찰리의 마지막 에세이
3. '고래' '모비딕' '찰리', 존재의 이유(의미) 찾기
4. 매력 포인트#1 인물들을 통해 돌아보는 '나'의 삶
5. 매력 포인트#2. 배우에게 인생작을 만들어 주는 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
1. '더 웨일'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272kg 거구 찰리. 거실 소파에서 게이 포르노를 보며 자위를 합니다. 찰리가 흥분이 될수록 찰리의 심박수도 오르고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이 심각한 상태인 찰리는 흥분이 고조와 함께 심장에 고통도 커집니다. 찰리가 숨이 넘어가려는 찰나 방문 선교를 하던 토마스가 상황의 위급함을 느끼고 찰리를 도우려 하는데 찰리는 구급차를 부르려는 토마스를 제지하고 대신 토마스에게 탁자 위에 종이를 건네 그것을 읽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토마스는 어리둥절하지만 찰리가 고통 속에서도 거듭 재촉하자 얼결에 종이에 쓰인 글을 읽어 내려갑니다.
그것은 누군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을 읽고 쓴 에세이입니다. 찰리는 그 내용을 들으며 그제야 조금 진정되는지 표정이 한결 나아집니다. 그 에세이 덕이었을까요 찰리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서서히 안정을 찾습니다.
잠시후, 수시로 찰리 집에 들러 찰리를 확인하고 찰리에게 장을 봐주는 등 도움을 주는 간호사 리즈가 와서 찰리의 건강을 체크합니다. 리즈는 찰리가 이번 주 안에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병원에 입원할 것을 권하지만 찰리는 돈이 없다며 한사코 사양합니다. 아직 집에 남아 있던 토마스는 리즈에게 자신이 선교사라고 밝히고 리즈는 토마스가 속한 교회를 안 다며 토마스를 차갑게 내보냅니다.
이와 같이 '더 웨일'의 시작은 아주 효과적이고 강렬합니다. 이 영화는 첫 장면으로 거구의 주인공을 설명합니다. 초고도 비만, 게이, 집에서 나갈 수 조차 없는 외로운 존재, 거기에 앞으로의 궁금증도 더 합니다. 리즈는 왜 찰리를 돕는지, 그리고 갑작스레 등장한 토마스는 또 어떤 역할을 하게될 지, 더 웨일은 이 모든 것들을 오프닝 시퀀스에 잘 담아냅니다.
비호감일 수밖에 없는 초고도 비만 게이 남자 주인공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계속 보게되는 것은 바로 이 효과적인 시작부분 때문입니다.
2. 찰리의 마지막 에세이
에세이 수업을 진행하는 찰리가 수강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솔직함’입니다. 찰리는 솔직함이 곧 에세이의 존재 이유인 것처럼 강조합니다 그러나 실제 찰리의 삶은 솔직하지 않습니다. 우선 카메라 고장을 핑계로 온라인 수업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또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솔직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자신이 가르치던 남학생과 눈이 맞아 원래 가정(아내와 딸)을 버렸고 그 뒤로 딸을 보고 싶어 했지만 아내의 거부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성실하게 양육비를 줌으로써 책임을 다 하긴 했지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용기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아내의 거부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가족을 버린)를 회피할 좋은 핑계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찰리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딸 엘리와 만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17살 반항기 가득한 엘리는 거구가 된 아빠 찰리의 존재가 탐탁지 않습니다. 엘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고 학교에서도 낙제 등의 이유로 온전히 졸업 못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오랜만에 찰리와 만난 후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구는 엘리에게 찰리는 자신을 만나면 돈도 주고 낙제를 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문 과제를 하는 것도 도와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에세이라는 장르는 결국 자신의 이야기가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곳에 자신만이 답할 수 있는 자신의 삶과 자신의 가치가 드러납니다.
찰리는 지금 엘리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자신의 에세이를 마무리하려는 듯합니다.
3. '고래' '모비딕' '찰리', 존재의 이유(의미) 찾기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더 웨일(고래)’는 영화 속에서 중요한 이미지입니다.
우선 찰리의 이미지가 고래 못지 않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고래와 달리 찰리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를 가뒀다는 것입니다.
또 찰리가 죽는 순간에 꼭 들으며 죽고 싶어 했던 ‘모비딕’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모비딕’은 영미소설의 고전으로 거대한 향유 고래와 그를 쫓는 포경선 선원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모디딕’에서 모비딕을 찾는 것 그리고 모비딕을 잡는 것은 선장의 일생의 목표이자 삶의 이유입니다. ‘모비딕’이라는 소설에 담긴 여러 의미 중에 ‘고래잡이’라는 행위에 집중하면 ‘모비딕’을 잡겠다는 집념은 인물의 삶의 의미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찰리가 엘리와의 시간을 통해 조금이라도 바로 잡거나 확인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존재의 이유’입니다 찰리는 살면서 많은 판단 실수 그로 인한 후회만 가득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찰리는 죽음을 앞둔 지금 자신이 살아가며 한 가지 잘 한 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 매개가 바로 자신의 딸 ‘엘리’인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찰리의 존재 이유 즉 삶의 의미를 찾는 마지막 일주일을 다루고 있는 셈입니다.
4. 매력 포인트#1 인물들을 통해 돌아보는 '나'의 삶
이 영화는 찰리의 집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연극 대본이 원작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야기 전개가 ‘찰리’ 중심으로 정확히는 ‘찰리’가 죽기 전 일주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찰리와 찰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영화처럼 쉽게 몰입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이 비호감인 것도 클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다 보면 우리는 등장 하는 여러 인물의 입장과 상황에 대해 거리두며 생각할 기회를 얻습니다. 상처 받고 반항적인 엘리의 입장에서 찰리와의 관계를 바라보기도 하고 역시 불안한 상황에 놓인 토마스를 통해 종교 문제, 가족 문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찰리와 찰리 주변 인물의 삶을 바라보며 관객들이 자신을 둘러싼 삶과 관계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5. 매력 포인트#2. 배우에게 인생작을 만들어 주는 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
이 영화를 연출한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작품 속에서 배우가 지닌 최고의 연기력을 뽑아내기로 유명합니다. 블랙스완, 더 레슬러, 버드맨 등 탄탄한 각본 각색 연출도 뛰어나지만 특히 모든 작품마다 주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회자되었습니다. 또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 버드맨의 마이클 키튼, 그리고 이번 더 웨일의 브랜든 프레이저처럼 한때 각광 받았으나 조금 잊힌 배우들을 내세워 결과적으로 그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그들 커리어에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을 선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런은 연기 연출만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데뷔작 파이와 뒤이어 나온 레퀴엠 등 그의 작품들은 모두 뛰어난 연출력과 치밀한 각본과 탁월한 연기 등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명작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연극을 원작으로 한 탄탄한 극본 위에 적절한 캐스팅과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대런의 작품 세계를 좋아 했던 팬들이라면 당연히 봐야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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