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은 남편 현수(이선균)의 수면 장애로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불안과 공포를 다룬 영화입니다. 조용히 관객들을 불러 모으며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 '잠'에 대한 '리뷰'와 주관적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영화 '잠'
각본 / 감독 유재선
출연 정유미, 이선균 등
등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영화 잠에 대한 정보는 아래 포스팅을 보시면 됩니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수진(정유미)와 현수(이선균)은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입니다. 수진은 대기업 식품 유통회사 팀장이고 현수는 연기상을 탄 경력이 있는 배우지만 아직은 드라마에서 몇 마디 대사만 하는 무명 배우입니다. 이들 부부는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는 가치관을 갖고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삶은 안정적이진 않습니다. 현수의 직업이 그렇고, 이제 곧 출산을 앞둔 수진의 상황도 그렇습니다. 그런 내재된 '불안' 속에 이들 부부에게 진짜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현수의 '수면장애'입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잠꼬대였습니다. 그러다가 피가 날 정도로 얼굴을 긁고, 급기야 새벽에 자다 일어나 냉장고 앞에서 음식을 마구 먹습니다. 생고기와 날계란에 날생선까지, 이 모든 것을 목격한 수진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섭니다.
수진은 수면 클리닉을 찾고 처방대로 생활수칙을 적고 현수의 수면장애 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현수는 수진의 행동에 발을 맞추지만 수진이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듯합니다. 이 부분에서 우린 이들 부부의 그동안의 삶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여러 문제들을 아마도 '수진'이 중심이 되어 해결해왔을 겁니다. 수진은 수진모와 대화에서도 얼핏 드러나듯이 '가족'이 '함께'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수진은 '가족'을 위해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책임'을 다 할 인물입니다. 그러나 수진의 이런 초기 노력과 달리 현수의 수면장애는 더 끔찍한 사건을 일으킵니다. '바로' 애완견 후추의 죽음입니다. 결국 수진은 현수의 수면장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출산을 맞이합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이는 파스빈더 감독의 1974년작 영화 제목입니다. '잠'과 내용은 무관하지만, '잠'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어서 가져왔습니다.
수진은 출산 후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현수도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수진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수진은 현수의 수면장애가 '딸'을 헤칠까봐 불안합니다. 자물쇠로 잠그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수진은 '불안' 때문에 잠이 들 수 없습니다.
수진의 불안이 고조되고 그로인한 '불면'이 지속될수록 영화 속 긴장과 공포도 커집니다. 극 초반 영화의 '불안'과 공포를 만든 것이 '현수'의 수면장애였다면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영화 속 공포를 만드는 것은 수진의 '불안'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점점 변해가는 수진의 '눈'입니다.
수진의 이런 ‘불안’은 수진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더딘’ 수면 장애 치료 현황에 의사에게 약병을 집어 던지는 것은 약과입니다. 극 초반 무시 했던 ‘수진모’의 ‘무당’ 제안을 받아들여 집으로 부릅니다. 그리고 무당이 남긴 한 마디는 ‘수진’의 불안을 더 자극하고 수진은 ‘문제’ 해결을 위해 ‘미신’의 힘을 빌리기 시작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수진의 폭주는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수진'은 자신이 일군 '가족'을 잃을까봐 당면한 '문제'를 '함께' 극복하지 못할까봐 '불안'합니다. '불안'은 해결책 찾게 하고, 해결책이 효과가 없자 또 다른 해결책을 찾게 하면서 '더 큰 불안'으로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그런 수진의 '불안'은 강박으로 드러나고 급기야 현수를 향한 물리적인 폭력으로 나타납니다. 그렇게 수진의 폭주는 영화를 클라이막스로 이끕니다.
결혼과 육아의 문제, 공포로 형상화하다
영화 초반 수진과 현수의 삶은 겉으로는 알콩달콩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현실의 문제는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수의 불안한 직업, 수진의 불안한 사회적 지위, 곧 태어날 아이. 부부가 헤쳐나가야할 크고 작은 현실의 문제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수'의 수면장애는 이들 부부의 내재된 문제가 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불안, 해결하지 못했을 때 맞이할 현실의 공포가 수면장애에서 보이는 이상 행동과 그에 대한 반응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현수와 수진 중 언제나 현실 문제를 가장 먼저 고민하고 해결해왔던 것은 수진이었을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수면장애를 겪는 것이 현수(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냄)이고 이를 해결하려는 주체가 수진인 것은 바로 이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현수의 수면장애로 시작된 일련의 상황은 이들 부부의 삶 속에서 수진이 느끼고 있던 두려움과 불안의 형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는 '빙의'와는 무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빙의'라는 요소를 끌어왔지만 '빙의'를 영화의 주요 설정으로 쓸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빙의'는 수진의 폭주를 부추기는 요소일 뿐, 영화 속에서 실존하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현수의 모습은 실제 '빙의'라기 보단 현수의 '연기'의 가능성이 큽니다. 현수는 그렇게 해서라도 이 문제를 덮고 싶고 나름 해결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영화의 결말은 모호합니다. 문제는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수진의 불안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을 남겨 두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런 모습이 결혼이고 부부들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다른 한쪽을 받아주고 이해하고 그렇게 또 함께 합니다. 완벽할 순 없어도 그렇게 살아갈 순 있고 다시 웃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문제를 극복해나갑니다.
이상 영화 '잠'에 대한 리뷰, 주관적 해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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